[전남매거진= 윤진성 ]깊은 산속을 의미하는 한자어 중에 천산만수(千山萬水)라는 말이 있다. 천 개의 산과 만 개의 물을 건넌다는 뜻이다.다나스 테풍이 몰아치는 고흥의 끝자락을 찾아가는 길이 그랬다.

그 길은 천산만수를 넘듯 험난했다.

익금해수욕장을 지날 때쯤 강풍과 비바람은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거금도를 들어설 때 길가에는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고 발길을 잡을만큼 험난한 여정이었다.

이런 천산만수를 지나 목적지인영천항에 있는 '한삼카페' 에 도착했다.

하얀색의 카페 외관은 그리스에서 볼 수 있었던 건물처럼 온통 하얀색으로 단아한 모습을 하고있다.

뒤에는 마을을 지키는 팽나무와 소나무가 방풍림을 자처하며 우람하게 서 있다.

잔뜩 기대에 찬 마음으로 카페문을 열었으나 태풍의 영향 때문인지 안타깝게도 카페의 문은 열려있지 않았다.
옛말에 '고흥에서 힘자랑 하지마라'는 말이 있다.

그중에서도 이곳 거금도는 레슬링의 전설 김일 선수를 비롯해 씨름장사들이 많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그런 곳에서 기력을 보충할 수 있는 인삼을 갈아만든'한삼쥬스'를 마시고자 달려왔건만 닫힌 문앞에서 선 나는절망에 고개를 저어야 했다.

그러나 어렵게 달려온 길이니만큼한삼카페 주변을 둘러보기로 하고 바로 앞에 있는 영천항 방조제를 걸었다.

거세게 몰아치는 비바람에 우산은 아무 소용이 없고 집채만한 파도는 세상을 다 집어삼킬만큼 무섭게 몰아친다.

영천항 앞에는 소금강을 옮겨놓은 듯한 바위섬이 서 있다.

비켜서듯 바라보니 그 모양이 영락없는 울릉도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똑 닮아 있다.

거금도 적대봉에서 흘러내린 빗줄기는 마을을 휘감는 내를 만들고바다와 만난다.

풍수지리적으로 이런 곳이라면 사람살기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거금도를 빠져나가다 '소원동산'이 있어 그곳에서 잠시 발길을 멈추었다.

회색빛 구름과 바다가 마치 천지개벽을 일으킬 것처럼 거침없이 세상을 흔들어댄다.

그러나 그 두려움조차도 이곳 풍경앞에서는 티끌조차 없이 사라진다.

비구름에 쌓인 대취도와 소취도의 몽환적인 풍경은 마음에서 환희심을 불러 일으킨다.

소원동산 정자 위에 제비집이 보인다.
에스키모인들이 사는 '이글루'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듯한 제비집은

쉽게 만나볼 수 없는 '귀제비'가 지어놓은 집이다.

이런 폭우속에서도 귀제비집을 만났으니 그것만으로도 거금도 여행은 만족스럽다.

도로로 흘러내리는 토사를 피해거금도 생태공원에 잠시 머물면서적대봉을 바라보다 오천항에 도착했다.

누군가는 거금도 오천항 27번 국도를 가리켜 땅끝이라 말하고 종점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오천항은 27번 국도의 시발점이다.

봄향기도 남녁에서 시작해 북상하고태풍조차도 남국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향한다.

그러니 오천항 27번 국도는종점이 아니라 육지의 시작점이다.

그런 시작점에서 난 다시 한 번나에 인생을 늘 새롭게 시작하며 살겠노라는 다짐을 해본다.

여전히 폭우는 그칠 기미가 안 보인다.

김일 선수의 생가에 들러 묘소에 참배를 하고진돗개 동상앞에서 김일 선수의 성품에 대해 가족들에게 설명해주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거금도 휴계소 건너편에 있는매생이 호떡을 먹기위해 주차를 했건만 이곳 역시 무심하게 문을 닫았다.

고흥에서 생산된 매생이와 쑥을 섞어만든 매생이 호떡은 주전부리로 아주 그만이다.

거금대교와 소록대교를 지나니 거대한 입간판이 도로에 서 있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눈살을 찌뿌리게만드는 입간판이다.

고흥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돔' 사진에 "아! 먹고싶다"라는 글이 써 있다.
아무리 사람이 먹고 살아야 하지만생선그림에 '아! 먹고싶다'라고 표현해놓은 것은 참으로 무지스럽다는 생각이다.

그곳을 지나 '이형팬션 민박'에 잠시들러 친구와 인사하고 녹동항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건만

태풍의 영향으로 횟집들이 문을 닫았다.

'한삼카페' '매생이 호떡' '횟집'을 앞에두고 만날 수 없는 소위 꼬인날이었지만 그래도 멋진 풍경들이 있어 입에서는 노랫소리가 절로 나온다.

고향마을에 들러 마을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고죽마고우 친구와 함께 고흥터미널 근처에 있는 '삼원갈비'에서 싱싱한 생고기 회를 바다회대신으로 저녁을 대신하며 근처 문구점을 하는 친구와 만나 하루일과를 마쳤다.일상은 이런 작은 일들이 쌓여 만들어지고 굴러간다.

우리의 하루를 만드는 것은우주정복도 아니고 느닷없는 일확천금을 얻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 내 손에 들려준 노가리 말린 것과 사과꿀 그리고커피 한 잔과 고맙다는 한 마디...

이런 것들이 나에 인생을 빛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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