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거진= 유보람 기자]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농림어업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농가 인구수는 2017부터 지속 하락하고 있는 한편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되는데 농가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비율은 46.6%로 이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것이다. 

전남 순천시는 농촌 고령화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청년들에게 거주공간과 정착금을 지원하여 청년 전출을 막고 귀농·귀촌을 꿈꾸는 청·장년에겐 시골에 정착할 기회를 제공하는 ‘특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명 ‘맥가이버’ 사업으로 선정된 맥가이버는 농촌 지역 각종 생활 불편을 해소하며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시는 이들에게 리모델링 한 빈집을 5년간 무상 제공하고 8개월 동안 월 185만 원 상당의 정착금도 지원한다.

시는 앞서 월등면, 별량면, 상사면, 해룡면, 서면 등 5개 마을을 사업이 필요한 마을로 지정하고 5명의 청·장년 맥가이버로 선정했다. 전남매거진은 새 터에서 막 뿌리내리기 시작한 ‘맥가이버’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맥가이버 사업에 지원하게 된 계기와 정착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마을에 버려진 유기견을 데려와 반려견으로 함께 생활 중인 김현철 씨

“사실, 젊고 실력 좋은 사람들이 밀고 올라오며 업계에서 경쟁력을 잃은 것도 

귀농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한 하나였어요…” (김현철_월등면 화지마을)

덤덤한 말투 속에 오늘날의 아버지상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그는 맥가이버로 선정된 5명 중 유일하게 귀농·귀촌을 목적으로 순천을 택해 현재 월등면 화지마을에 거주하며 맥가이버로 활동하고 있다.

 "1차 산업과 4차 산업이 앞으로 큰 대세가 될 것이며 네가 가진 IT 기술과 잘 접목한다면 분명 IT를 기반으로 6차 산업에 잘 연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라는 큰형님의 말에 용기를 얻어 귀농·귀촌을 결심한 그는 맥가이버 지원 선정자 중 가장 연장자이며 유일한 기혼자이기도 하다.

"대학생과 고등학생 자녀들이 있는데 학업에 있다 보니 함께 내려오는 게 쉽지 않아 가족들은 아직 용인에 거주하고 있어요. 아마 여름 방학 때 가족들이 내려와 잠깐이나마 같이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

맥가이버 사업은 만 50세 미만 기준으로 김현철 씨는 선발 기준 한 달 턱걸이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정해진 날짜에 맞춰 일정 진행 시엔 나이 제한에 걸려 지원이 불가해 센터로 직접 전화를 걸어 일주일 먼저 면접 진행을 부탁하기까지 한 그는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홀로 순천으로 내려와 생활하고 있다.

▲김현철씨가 거주하는 월등면 리모델링 전과 후 

일명 ‘서울사람’에 해당하는 김현철씨가 귀농, 귀촌지로 순천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어머니와 큰 형님이 임실에 거주하고 계셔서 임실도 고려하고 있었지만, 순천이 더 농사를 짓기 좋은 조건들을 가진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 해보는 일에 도전하려니 우선 지역사회에 적응하며 분위기도 익히고 사람을 사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농업 관련 포털에서 ‘맥가이버 사업’을 알게 된 게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아요. 한 해 동안은 동네 어르신들의 일손을 도우며 농사를 배울 수 있고 또한 무상으로 5년 동안 거주가 가능해 초기 큰 비용을 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조건이란 생각이 들어 순천으로 오게 됐어요."

줄 곧 도시 생활만 하다 시골 생활을 하시게 됐는데 '도시와 농촌' 삶에서 느껴지는 차이가 있으신가요? "가장 큰 차이는 농촌은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도시는 아파트에 문제가 생겨도 관리사무소에 전화 한 통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등 주어진 환경에 맞춰 사는 삶이었기 때문에 장마가 온다고 해서 크게 걱정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이곳에선 곧 시작될 장마철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농작물과 집안 시설 등에 피해가 없도록 관리를 할 수 있을까?’ 등을 미리 생각하고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죠."

▲아스팔트였던 집 마당에 김현철씨가 직접 흙과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구들 돌을 얻어와 만든 화단엔봉숭아, 패랭이꽃, 상추 등이 심겨져 있고 화분에는 커피나무가 심겨 있다.

“저기 올라가고 있는게 뭔지 아세요? 여기 왔던 사람 한명도 못 맞추고 갔어요

저게 바로 '열매 마'에요 마하면 다들 땅속에서 나는 줄 아는데 

이건 열매로 열리고 영양분도 더 높아요…” 

귀농을 꿈꾸며 시골로 귀촌한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마을 주민들과의 소통인데 이를 위해 김현철씨는 어떤 방법들로 마을 주민과 소통을 하고 계신가요? "어르신들은 무언가가 고장 나거나 필요하다고 해서 “이것 좀 먼저 해줘”라고 말씀하시지 않아요. 직접 찾아뵙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러 이러한 것들이 불편하진 않으세요?”라고 먼저 물어봐 드리는 게 필요하고 아무리 시골이라도 처음부터 낯선 사람이 불쑥 찾아오면 누구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죠. 그래서 저는 오전 6시부터 마을 한 바퀴를 돌며 자연스럽게 어르신들과 얼굴을 익히고 마을 이장님과 개발위원장님께 협조를 구해 5월부터 세대마다 직접 찾아가 수리가 필요한 것들을 직접 찾아 수리해 드리며 불편해하시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이장님과 개발위원장님께서 사전에 협조를 구해주신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거부감 없이 받아주신 것 같아요."

▲보일러 수리 작업 및 이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현철 씨

5월 부터 입주해 약 한달 정도 맥가이버로 여러가지 활동들을 하시고 있는데 활동하시면서 애로 사항은 없으신가요? "맥가이버 활동을 하며 필요한 부자재들 거의 구매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이곳 철물점은 규모가 작고 자재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아요. 또 수요가 적다 보니 가격도 비싼 편이라 구례나 순천으로 이동해 자재를 구매해야 하는데 이러다 보니 몇 분 걸리지 않을 일도 많은 시간이 걸려 어르신들의 불편함을 빨리 해결해 드리지 못하는 단점들이 존재해요."

그렇다면 순천시가 월등면 주민들을 포함한 맥가이버 사업과 귀농·귀촌인들을 위해 어떤 것들을 더 개선·보완해야 할까요? "마을 어르신 분들은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이동이 불편하실 수 있는 만큼 수도, 전기, 가스, 전자제품 등에 많이 사용되는 부품들을 미리 비치해두고 사용하실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고 또, 농촌에선 흙이나 돌, 농기구를 옮길 때 트럭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트럭이 없어 불편을 겪을 때가 많다고 느꼈어요. 순천시에서 농기계임대 신청 시 트럭으로 배달까지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능하다면 농번기나 트럭이 필요한 일들이 있을 때 트럭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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