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정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구조안전과장

전복후계(前覆後戒). 중국 한서 가의전(賈誼傳)에 나오는 말이다. 앞 수레가 뒤집힌 자국은 뒷 수레의 좋은 경계가 된다는 뜻이다. 즉, 먼저 행한 사람들의 일을 거울삼아 같은 실패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의미다.

본격적인 물놀이 철을 앞두고 이 같은 경계의 교훈을 구명조끼 착용에서 찾으면 어떨까?

모두가 느끼듯, 코로나19는 우리 생활 방식은 물론 삶의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근본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여전히 현재 진행 형이며 정부는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얼마 전부터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이제 마스크 착용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사회 구성원 모두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보건과 위생의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이처럼 마스크 착용이 우리 생활의 새로운 지침으로 자리 잡고 필수요소이듯, 바다 활동에서는 구명조끼가 필수로 여겨진다.

아무것도 없는 넓은 바다에 빠지면 아무리 수영을 잘해도 5분을 채 견디기 힘들다. 짠물에, 파도에, 저체온증에 생명이 위험해진다. 그래서 구명조끼는 바다에서 생명줄과 다름없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바다에 빠지면 수영을 못해도 물에 떠있을 수 있게 부력을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 구조세력이 도착할 때까지 오랜 시간 체온을 유지해주는 등 해양사고에서 생존율을 높여 준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해양경찰청은 지난해부터 국민 스스로 안전 의식을 준수, 해양에서 인명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구명조끼 입기 실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해경은 안전조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 SNS, 전광판 게시와 함께 찾아가는 연안안전교실 등 온 ․ 오프라인 매체를 통한 구명조끼의 중요성과 올바른 착용법 등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낚시객과 레저객들은 ‘바다에서는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안전하다’라는 인식 대신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 사고가 발생되지는 않겠지’라는 안이한 생각과 불편하다는 이유로 구명조끼 착용을 꺼려한다.

실제, 관련법령에 따라 낚시어선 승선자와 수상레저 활동객의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아 해양경찰청에 적발된 건수는 지난해에만 303건에 달했다.

또한, 우리 서해해경 관내에서만 최근 3년간(’17~’19년) 연안 ․ 해양사고로 인한 사망 ․ 실종자 187명 중 184명(98%)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만약, 이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더라면 ‘생명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낚시 등 레저 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우리 해경은 올 여름 물놀이 안전사고 발생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올 들어 6월말까지 174만 여명이 낚시어선을 이용했는데 이 같은 낚시객 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3만 여명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물놀이객과 낚시객이 있더라도 구명조끼만 착용한다면 안전사고에 발생에 따른 인명피해의 우려를 크게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전복후계’의 교훈을 되새기며 낚시나 물놀이 등의 해양레저 활동에서는 생명줄인 구명조끼는 반드시 착용해야 할 것이다. 보건과 감염병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데 이보다 한 차원 더 위험한 해양에서 구명조끼 착용은 자연스럽고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구명조끼의 올바른 착용법을 알고 이를 생활화해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꼭 지키길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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