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섭 공동 대표, 특별법 제정에 대한 기대감 밝혀

[전남매거진= 진혜진 기자] 여순사건 특별법안이 제 21대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전남매거진은 여순사건재심대책위원회 박병섭 공동 대표를 만났다.

박병섭 공동 대표는 전직 교사이자 지역사학자로 2003년 이후 여순사건 화해와 평화를 위한 순천시민연대 진상조사위원장, 여순사건에 대한 책들을 집필하는 등 여순사건 관련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전남매거진은 여순사건재심대책위원회 박병섭 공동 대표와 함께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박병섭 공동 대표

Q.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안에 여순사건이 포함되어 있는데, 여순사건만의 독자적인 특별법안이 필요한 이유는? 

A. 여순사건은 사건 규모가 크기 때문에 독자적인 입법을 하기 전에는 여순사건의 실체와 진상조사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시기에 전국에서 벌어진 학살 사건들이 다 총망라되어 있거든요. 과거에 있었던 인권 탄압 이런 부분들이 전부 과거사 규명 대상에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여러 사건을 한 기구가 동시에 맡게 되면 여순사건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이미 제주4.3은 독자 입법이 됐고, 거창 양민학살 사건도 독자 입법이 됐어요. 그에 못지 않은 피해 규모를 가진 여순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법률이 필요합니다. 

Q.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이 그동안 여러 차례 좌절되었습니다. 그 이유를 뭐라고 보시는지?

A. 한마디로 보수 세력의 반발을 의식한 집권층과 지역 출신 의원들의 무의지 때문입니다. 지난 제 20대 국회에서 여순사건 특별법 단일안이 나오지 못했어요. 당시 법안을 제출했던 분들은 여러 개가 올라가야 심의하는 데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은데, 오히려 그것이 심의를 늦춰버린 역효과가 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집권여당 쪽에서 그 이전 법안과 유족과 시민사회단체의 새로운 요구사항을 듣고 통합을 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피해 기간과 배보상 부분입니다. 일단 피해 기간은 여순 10.19 발발으로부터 시작해서 지리산 입산금지가 해제된 1955년 4월 1일까지로 하는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Q. 이번 제 21대 국회에서는 특별법이 통과될 거라고 보시는지?

A. 네,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보수야당의 반대가 걸림돌이 될 수 있는데, 이것도 잘 해결되지 않겠나 싶어요. 왜냐하면 전국 방방곡곡에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문제가 일어나지 않은 곳이 없어요. 이런 부분들은 이미 과거사정리법에 의해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순사건 특별법안에 대해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태도를 취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를 해보죠. 

더 큰 기대를 하게끔 하는 것은, 집권여당 출신들이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전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국회의원이 없었어요. 정인화 의원, 주승용 의원, 이용주 의원, 윤소하 의원이 나섰는데 그 때 당시 의석수가 미약한 관계로 힘을 발휘할 수 없었죠. 

그런데 이제는 집권여당 쪽에서 나서고 있어요. 소병철 의원, 서동용 의원 등 전남 동부권 의원들이 국회의원 공약으로 제시를 했고, 그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발로 뛰고 있는 모습이 보여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분들의 노력이 잘 반영되면 (특별법 제정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제정되면 막대한 보상금이나 국가재정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서 유족들이 특별법 안에 배·보상 규정을 넣지 않는 것으로 이번에 동의했어요. 이전에는 특별법이 제정이 되고 막대한 예산이 소요가 되면 야당도 야당이지만 정부 안의 기획재정부가 제동을 걸었다고 해요. 

그런데 이번 특별법에는 배·보상 관련 내용을 넣지 않았기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반대할 이유는 일단 사라진 거죠. 진실 규명에 최대 초점을 두고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으로 원칙적인 합의를 보게 된 거죠. 

Q. 다른 얘기도 해볼게요. 전직 역사교사세요. 일선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 여순사건에 대해 어떻게 배우는지 궁금합니다. 

A. 교과서가 민주화되면서 크게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여순사건을 6.25전쟁의 배경으로 서술하면서 공산주의자들의 음모·책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기록되었거든요. 그런데 거의 한 10여년 전부터 제주4.3과 여순10.19가 거의 같은 흐름 속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기술이 변경됐어요. 

정부수립 전후로 있었던 통일운동 통일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노력 과정에서 있었던 일로 서술이 바뀌었죠. 물론 모든 교과서가 다 그렇게 된 것은 아니지만 교과서에 그렇게 서술되니까 일선 학교에서는 관련 내용을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교육하기에 용이해졌죠. 저같은 경우도 내놓고 수업해도 될 정도였어요. 

특히 올해부터 사용하게되는 한국사 교과서는, 어떤 교과서에는 제주4.3관련 내용이 3쪽까지 나오기도 하고, 여순사건 관련 내용은 1쪽 내용, 아주 적게 나오는 경우라도 3~4줄 정도로 예전에 비해서 기술량, 기술 수준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Q. 지역 내 여순사건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순사건 기념관 건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당연히 있어야죠. 여순10.19특별법제정범국민연대가 만들어져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이 위령탑을 세우는 것이었어요. 

당시 희생된 영령을 기리는 기념 시설이 전혀 없었습니다. 심지어 많은 유족들은 희생자의 무덤도 갖고 있지 않아요. 오죽했으면 어떤 가족들은 무덤 안에 참나무를 사람 형상으로 깎아서 그것을 봉분 씌워 무덤으로 대체하기도 했죠. 

부모나 가족이 언제 희생이 됐는지 알지 못하니까 집을 나간 날 혹은 마지막 지역민 누군가에게 눈에 띄었던 날을 제삿날로 하는 유족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을 위해서 위령탑을 세우는 것이 먼저였죠. 

그동안은 반란의 고장이라고 누명 아닌 누명을 썼는데 이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기리는 기억공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평화공원을 만들자고 했는데 그 작업이 순탄치 못했죠. 

그러다가 현 순천시장(허석 시장)님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현재 순천유족회관 2층에 자그마한 역사관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 여순10.19사건 기념식 이전에 개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순사건 전체 기념관은 지역끼리 협의해 정해야 되겠죠. 그런데 지역마다 전개 상황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단 지역 단위의 작은 공간이라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여순사건 순천유족회관 2층 역사관처럼 (기념관을) 그런 형태로 만든다든지, 순천 역사관을 따로 만들어 그 중 한 부분을 여순10.19사건과 관련된 내용으로 채운다든지 하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죠.

Q. 지난해 있었던 여순사건 해설사 양성 교육도 지역민에게 알리기 위해 시작된 거죠?

A. 여순사건 70주년에 특별법 제정 운동이 크게 있었어요. 특별법 제정을 위해 범국민연대(여순10.19특별법제정위한범국민연대)를 만들었고 그 연대가 초반에 이런 저런 선전활동을 해오다가, 지난해 순천시에 제안을 해 이뤄낸 것이 ‘해설사 양성 교육’입니다. 

여순10.19사건을 시민과 학생에게 알릴 수 있는 사람(전문 해설사)이 필요해서 제안했던 것인데 전남에서는 최초예요. 

지난해 해설사들이 학교에 가서 특별 교육을 시행했는데 반응이 너무너무 좋았어요. 예전에는 어느 한 학교에 강사 한 명이 가서 전체 학생들을 대강당에 모아 교육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효과가 떨어져요. 아이들이 집중하기 어렵죠. 

그런데 이번에는 한 학급에 해설사 한 명이 들어가 교육을 하는 거거든요. 영상이나 사진 등 여러 가지 매체를 활용하니 집중도가 너무 너무 좋았어요. 

순천이 생태도시로서 많은 관광객들이 오고 있는데, 여순사건 관련지를 찾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외지인들이 올 수밖에 없거든요. 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지역을 알리는 일을 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Q. 여순사건 명칭에 대해서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정명 작업도 필요해 보이는데?

A. 저는 우선 그 부분은 시간을 두고 정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왜냐하면 충분하게 진실을 알지 못하는 분들은 선입견을 갖고 부르고 있거든요. 반란이라고 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아요. 

다행히 적극적으로 여순항쟁으로 부르자는 분들도 계신데, 그 주장이 거의 대세가 되고 있죠. 교과서에서는 여수 순천 10.19 사건으로 쓰고 있습니다. 법안에서도 그렇게 쓰고 있고요. 

그런데 이름을 어떻게 붙이느냐를 두고 지나치게 대립하는 것은 진실규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여순10.19으로 부르자고 제안합니다. 

Q. 전라남도의회·순천시의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순천시의회는 잘하고 있습니다. 특위 소속 의원님들이 오광묵 위원장님과 더불어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요. 그분들의 노력으로 위령탑 주변 정비, 해설사양성교육, 특별법 제정 촉구 활동, 여순유족회관 2층에 역사관을 만드는 일, 순천시청 안 여순10.19 담당관 채용 등이 이뤄졌습니다. 시의회 전체 차원에서는 물론 허석 순천시장님이 적극 지지해 주셨기에 가능할 일입니다. 

전라남도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제주4.3 해결과정에 제주도의회의 기여가 컸어요. 진상조사 등 기본적인 것들이 제주도의회가 제정한 조례에 의해 진행됐거든요. 전수조사 같은 경우 (제주도의회가) 독자적 보고서를 제작하는 등 1차적인 작업을 했죠. 그것이 토대가 되어 국가 조사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전남도의회도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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