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교 안향

며칠 전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려고 아버지 댁에 들렀는데, 집에 들어서는 순간 아주 익숙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그것은 바로 ‘탄내‘, 흔히 소방관들이 '불내'라고 부르는 냄새였다.화재 현장에서 소방서 차고에서 그리고 아버지 댁에서도 가끔 맡을 수 있는 냄새이기도 하다. 아니, 화재현장에서나 맡을 수 있는 불내가 왜 아버지 댁에서 나는 걸까? 그것도 대체 어째서 가끔 씩이나 맡을 수 있었던 걸까?

‘음식물 탄화’는 화재출동보고서에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말이며, 항상 화재발생원인 비율의 상위권에 랭크되는 것들 중 하나이다. ‘음식물 탄화’란 말 그대로 음식물 조리 중 부주의로 음식물을 태우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화재발생의 원인이 된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주택’에서 발생한 부주의로 인한 화재(31,438건) 중 음식물 탄화로 인한 화재가 12,271건(39%)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2021년 현재까지 근 한 달 동안 발생한 음식물탄화로 인한 주택화재가 벌써 139건으로 여전히 주택화재원인 1위에 머물러 있다.

우리네 아버지ㆍ어머니들은 가끔, 아니 심지어 나도(우리들도) 아주 가끔씩은 불 위에 음식을 올려놓고는 잊어버리곤 한다. 누구나 한번쯤 겪는 흔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해야 좋을까? 앞으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고, 만약 발생한다면 그저 화재로 이어지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고만 있으면 되는 걸까? 아니 그럴순 없다.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은 내가 지켜야 한다.

아버지의 건망증이 단지 불내로만 끝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 그것이 바로 ‘단독경보형감지기’이다. 또 뭘 태우셨냐 묻는 내게 아버지가 웃으며 말씀하시길, 자고 있는데 삑-삑- 소리가 나, 놀라 나가보니 불에 올려놓은 냄비가 타면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고,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 하셨다.

단독경보형감지기란 열이나 연기로 화재를 감지하면 요란하게 울어 화재발생 사실을 알려주는 소방시설이다. 보통 조리를 하는 부엌의 천장에 설치한다. 저렴하고 설치도 간편하지만 그 효과만은 어마어마하다.

화재의 ‘초기발견’을 가능케 하는 아주 멋진 녀석이다. 그 덕에 수많은 건망증의 결과가 불내만으로 끝날 수 있었다. 감사한다. 여기에 화재의 ‘초기진화’를 담당하는 소화기가 더해지면 그야말로 완벽한 안전선물세트가 완성된다.

‘소방시설법’에서는 주택 등(아파트·기숙사 제외)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이하 주택용소방시설)의 설치를 의무화 하고 있지만 그 설치율은 매우 저조하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소방청은 주택용소방시설의 설치실태를 파악하고 그 설치의무를 홍보하거나 직접 보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그에 힘입어 고흥소방서는 2025년까지 관내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의 80%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 주택용 소방시설은 단지 의무여서가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 꼭 설치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이 글을 본다면 누구라도 주택용 소방시설을 당장에 주문해서, 내 집에도 설치하고 친척집ㆍ이웃집에도 선물해보자. 이번 설에는 매년 똑같은 마트 선물세트가 아닌, 주택용 소방시설을, ‘안전‘을 선물 해 보는 건 어떨까?

저작권자 © 전남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