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재윤 전남소방본부장

우리는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한다. 그리고 인류는 위기의 순간 긍정오류와 부정오류의 선택을 통해 발전해 왔다.사냥을 하다가 낙엽이 부스럭 거리면 누군가는 맹수일거라고 판단하고 다른 이는 바람일거라고 판단한다. 정말 바람이면 그 차이는 미묘하겠지만 만일 맹수라면 바람이라고 무시한 자는 목숨을 잃게 된다. 전자가 긍정오류이고 후자가 부정오류에 해당 한다.

우리는 위험이 감지되면 무시하지 않고 대처해 살아남은 자의 후손이고 그렇게 긍정오류를 통해 살아남아 진화해 왔다.

우주여행을 떠나고 있는 21세기에서도 우리는 긍정오류를 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회사는 정상적인 제품이 불량으로 판단돼 폐기되더라도 불량을 정상으로 판단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후자의 피해가 훨씬 크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에서 만큼은 긍정오류보다 부정오류를 더 취하는 듯하다. 안전이라는 분야에서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 사고방식은 ‘안전 불감증’이란 용어까지 만들어냈다.

특히 주택화재에서 이런 사고방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30년 동안 부모님이 잘 살고 있는 우리집에 무슨 일 있겠어?”, “우리집에 불이 난다고?,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야.”

하지만 어떤 근거와 자료로 우리 집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연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우리집은 안전한 장소인가?

그 답은 화재 통계로 말할 수 있다. 최근 5년간(2016~2020년) 전남의 화재는 1만3169건이 발생했으며 이중 주택화재는 2746건으로 21%를 차지한다.

반면 주택화재 사망자는 전체화재 사망자 102명 중 58명으로 57%를 차지하고 있다. 온 가족이 생활하고 가장 안전해야 하는 공간은 생각처럼 안전한 장소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택화재 통계가 주는 위험신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소방관은 재난현장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호라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비록 30년 동안 화재가 없었던 주택이지만 화재통계가 주는 위험 신호에 그들은 어떤 선택과 대비를 해야 했을까?

먼저 주택화재에서 인명피해가 높은 원인을 찾아야 했다. 주택에서 야간에 불이 나면 거주자가 인지를 못하거나 초기에 불을 끌 수 있는 소방시설이 없어서 장애인과 고령층의 경우 초기대피가 쉽지 않아 상대적으로 인명피해가 높게 나타난다.

이에 화재 발생을 거주자에게 알려줄 수 있는 시설과 초기 화재를 진압 할 수 있는 장비가 필요했다. 모든 주택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저비용이고 설치는 간단하며 누구나 사용 가능한 소방시설. 그것이 바로 ‘주택용 소방시설’인 화재알림경보기와 소화기인 것이다.

주택화재 인명피해 저감을 위해 권장하는 것은 방마다 화재알림경보기를 설치하고 집집마다 소화기 배치다. 화재 초기 소화기의 효과는 소방차와 비슷하며 화재알림경보기는 천장에 부착하면 화재를 감지해 경보음으로 신속한 대피를 도와주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지난해 말 대전에서 어린자매가 요리하다 식용유에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때마침 화재경보기가 울렸고 그 소리에 이웃주민이 달려와 소화기로 불을 껐으며 이달 청주에서는 집 근처 텃밭에서 일하던 집주인이 집안에서 들리는 화재감지기 소리를 듣고 119에 신고해 큰 피해를 막았다.

생명과 삶의 터전이 사라질 수 있었던 아찔한 사고였지만 화재경보기 작동으로 시작된 신속한 대처가 그 피해를 막은 것이다.

앞 사례에서 보듯 예고 없이 찾아오는 화마로부터 우리집을 보호하고, 우리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긍정오류를 선택해야 한다는 교훈을 화재경보기에서 찾고자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어려운 현실에 소방시설 설치 등 투자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망우보뢰(亡牛補牢)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구입비 3만 원과 설치시간 5분으로 우리의 소중한 가족을 화재로부터 지킨다면 부정오류를 막는 방법임이 틀림없다.

여러분은 ‘긍정오류’를 선택할지, ‘부정오류’를 선택할지, 주택화재 인명피해 통계가 우리에게 주는 위험신호를 계속 무시 할 것인지, 우리집 천장을 지금 한번 확인 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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