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는 어떻게 명장의 대열에 올랐나

[전남매거진= 송이수 기자]주제 무리뉴, 그는 누구인가. 포르투갈 출신 감독으로, 한때 ‘스페셜 원’이라 불렸던 명장이다. 포르투갈 리그에서 부진에 처해있던 FC포르투를 이끌고 리그 우승, 포르투갈 컵 우승, UEFA 컵 우승을 거두며 일명 ‘미니 트레블’을 달성했다. 직후 시즌엔 리그 2연패, UEFA 챔피언스 리그까지 우승하며 포르투를 17년 만에 유럽 챔피언 자리에 올려놓았다. 이러한 이변과도 같은 성공으로 무리뉴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감독 대열에 탑승했다.

이후 첼시, 인테르, 레알 마드리드를 거치며 자신의 입지를 돈독히 다졌다. 첼시에서의 두 번째 경질 전까지 총 23개의 트로피를 수집했다. 무리뉴는 일명 ‘버스 수비’라 불릴 만큼 수비적인 전술을 통해 유럽을 재패했다. 혹자는 따분하고 지루한 축구라며 비판을 가하기도 했지만 결과만큼은 확실히 낼 줄 아는 감독이었다. 특히 무리뉴 감독은 부임 2년차에 꼭 트로피를 거머쥐는 것으로 유명했다.

게다가 그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언론의 인기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다소 거친 언행으로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타 팀 감독을 도발하거나 자신의 팀 선수의 문제점을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등 이른바 ‘썰전’을 이끌 기도 했다. 이는 언론플레이를 통해 팀의 사기를 올리거나 상대팀 전략을 와해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비난의 직격타를 맞는 결과를 낳았다. 

갈수록 선수단과의 충돌도 잦아졌다. 무리뉴 2년차는 확실한 결과를 만들었지만 3년차엔 팀 내부 분열 혹은 선수단·구단관계자와의 불화가 터지며 급격한 성적하락과 함께 경질이 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한때 전술혁신의 아이콘이었으나 이제 그의 전술은 시대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펩 과르디올라, 위르겐 클롭, 토마스 투헬 등 뛰어난 감독들이 대거 등장하며 그 위상 또한 떨어졌다. 

▲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당시 무리뉴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하락세라고 해도 무리뉴는 무리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은퇴 시즌인 2012-13시즌 이후 리그 우승이 전무하다. 우승은커녕 암흑기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퍼거슨 감독 이후 리그 최고 성적은 2위다. 이는 현 감독인 올레 군나르 솔샤르(이하 솔샤르)와 주제 무리뉴 감독이 거둔 성과다. 

퍼거슨 감독의 은퇴로 맨유가 당분간 힘든 시즌을 보내게 되리란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오래 지속될 줄은 몰랐다. 약 10여 년간 맨유는 들쑥날쑥한 성적을 보였고 3명의 감독을 갈아치웠다. 현재의 솔샤르도 그리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 이들 중에선 그나마 무리뉴가 가장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무리뉴는 맨유에서 전체 144경기를 치렀으며 84승 32무 28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승률은 58.3%로 데이비드 모예스-52.9%, 루이 판할-52.4%, 솔샤르-54.8% 보다 월등하다. 트로피 수집에 있어서도 유로파리그 우승, EFL컵 우승, 커뮤니티 실드 우승 총 3개로, 모예스와 판 할이 커뮤니티 실드와 FA컵에서 각각 1개의 트로피를 얻은 것에 비해 많다. 과거의 영광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본전은 뽑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도 많았다. 모예스-판 할로 이어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 우승을 가져다주리라 기대했지만 녹록치 않았다. 가장 임팩트가 큰 2년차엔 2위를 달성하긴 했지만 1위 맨체스터 시티와 승점차가 19점이나 뒤쳐졌다.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한줄기 희망과도 같은 성과가 있었지만 맨유라는 클럽의 위상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 결국 징크스와도 같은 3년차에 리그 순위가 곤두박질치며 경질을 피하기 어려웠다. 

과정도 신통치 않았다. 무리뉴식 버스 세우기 전술은 팬들로 하여금 비난을 받기 일쑤였다. 퍼거슨 시대의 시원한 역습전술과 경기장 전체를 지배하는 강팀으로서의 면모가 사라졌다. 아래로 내려앉아 걸어 잠그는 식의 축구가 지루함을 유발했고 결과도 따라주지 않으며 악영향을 미쳤다. 급기야 고질적인 선수단과의 불화가 다시 한 번 터지며 팀에서 물러났다.

무리뉴 경질 이후, 맨유는 나아졌을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좀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솔샤르 감독이 후임으로 오고 네 번째 시즌이 됐다. 아직 우승트로피가 없다. 다행히 리그에서 챔스권엔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본선 무대에서 경쟁력은 현저히 낮다. 충분한 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은 능력부족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솔샤르는 엄밀히 말해 전술형 감독은 아니다. 오히려 퍼거슨과 같은 관리자형 감독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선수들의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 커리어 최저점을 찍으며 몰락 <토트넘 홋스퍼> 당시 무리뉴

맨유에서의 실패는 무리뉴에게 큰 타격이 됐다. 지금에서야 ‘그 당시 맨유를 데리고 2위를 한 무리뉴는 명장이었다’며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지만, 무리뉴가 더는 유럽축구대항전에서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음은 명백했다. 1년여의 공백기를 거친 그는 토트넘에 헤드코치로 부임했다. 헤드코치는 일반적인 ‘매니저’와는 달리 영입과 이적에 관한 권한이 없다.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팀을 꾸리는 무리뉴에겐 진정한 검증의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었다. 

토트넘에겐 우승 트로피가 필요했고, 무리뉴는 우승 청부사였기에 서로의 관계가 잘 맞아떨어졌다. 만약 결과가 좋았다면 말이다. 무리뉴의 토트넘 커리어는 결과적으로 무리뉴의 하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됐다. 공식과도 같았던 무리뉴 2년차는 잠시 리그 선두권을 달리기도 했으나 이내 고꾸라졌다. 무리뉴는 감독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무관을 기록한 채 경질 당했다. 토트넘 부임 17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선수단도 팬들도 등을 돌렸다. 무리뉴의 전술은 구시대적이며 퇴보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선수단과의 불화가 어김없이 발생했고 언론에 공개적으로 선수 비판을 하는 등의 기행도 구설수에 올랐다. 가장 큰 문제는 UCL복귀 실패였다. 축구는 결과로 말하는 스포츠다.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 자리를 지킬 수 없다. 

언론에서는 무리뉴가 더 이상 빅클럽 감독을 맞지 못할 것이라 전망했다. 특히 연속 경질을 당한 프리미어리그에선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무리뉴는 여전히 이름값이 높은 감독이다. 말 한마디로 언론의 주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그는 우려와는 달리 재빠르게 재취업을 했다. 행선지는 세리에a의 AS로마다. 만약 무리뉴가 로마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둘 경우 다시 한 번 재평가가 이뤄질 지도 모른다.

언론과 팬들은 흥미로운 눈길로 무리뉴를 주시한다. 이슈메이커답게 지켜보는 이들이 상당하다. 유럽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지만 이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다시 한 번 부활해 승승장구할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로마에서의 여정이 그가 유럽 주요리그에서 맡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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