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거진= 송이수 기자]차범근-박지성-손흥민으로 이어지는 해외축구판 진출의 연결고리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차범근의 분데스리가 진출 이후 한동안 끊긴 듯 했던 명맥은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을 기점으로 삼아 지금의 손흥민까지 연결됐다. 하지만 걱정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은 92년생으로 내년이면 31살, 축구선수로서는 황혼의 나이에 진입한다. 예년에 비해 축구선수들의 전성기가 길어진 추세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이제 누가 손흥민의 뒤를 이을 것인가?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는 밝을 줄로만 알았다. 손흥민이 런던에 입성했을 때, 우리에겐 일명 바르셀로나 3인방이라 불리던 이승우, 백승호, 장결희가 있었다. 더구나 발렌시아에서 두각을 보이던 이강인 까지. 허나 기대는 점점 흐려져만 갔다. 바르셀로나 유스 3인방은 프로무대에 진입해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이승우는 유럽 변방리그를 돌며 출전은 고사하고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조차 힘겨운 처지다. 백승호와 장결희는 유럽 무대 적응에 실패해 K리그로 왔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이강인은 발렌시아에서 방출통보를 받았다.

그들의 도전을 폄하할 의도는 없다. 다만 기대치에 비해 객관적으로 실망스러운 건 사실이다. 그나마 이강인은 나쁘지 않다. 스페인 레알 마요르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요르카는 올해 라리가에서 승격을 한 팀이다. 스쿼드의 깊이가 얕아 주전경쟁에 용의하다. 뛰어난 활약을 보인다면 더 높은 순위의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다. 이강인은 장단점이 뚜렷한 선수다. 좋게 말하면 전술적가치가 높다는 건데, 반대로 활용이 까다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잘 맞는 감독을 만난다면 대성할 수 있다. 더도 말고 이강인은 앞으로 출전시간과 공격 포인트를 더욱 늘려야 한다.

이승우는 현재 벨기에 리그의 신트트라위던VV에서 뛰고 있다. ‘뛰고’있다는 표현이 걸맞지는 않다. 지금까지 9경기 연속 결장인 상태다 보니 그저 ‘소속’되어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감독의 구상에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모양새다. 한창일 나이에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에게 엄청난 손해다. 축구선수는 실전경험을 통해 경기력을 향상시켜야만 계속해서 명단에 들어갈 수 있다. 기회를 받지 못하고 투명인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잊히기 마련이다. 이승우의 이러한 행보가 지속된다면 결국 가장 좋은 해결책은 국내리그로 복귀하는 것이다. 선수는 뛰어야만 한다.

백승호와 장결희는 K리그로 왔다. 2018년 포항으로 복귀한 장결희는 경기력 문제로 현재는 K3리그에 소속되어 있다. 비운의 연속이 아닐까 싶다. 백승호는 독일 무대에 진출해 조금 버티나 싶었으나 결국 전북으로 오게 됐다. 이적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있었지만 경기력을 끌어올리며 팀에 잘 적응한 상태다. 최근엔 다시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게 됐다. 현실적으로 국내리그로 돌아온 선수들은 다시 해외진출을 하기 어렵다. 비자를 받기도 어렵거니와, 이미 한 번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스카우터들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위기를 맞이했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아직 이들은 어린 나이고 재능을 꽃피울 기회는 무수히 많다.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시켜줄 팀, 감독을 만난다면 다시금 기대치를 높일 수 있다. 노력과 올바른 선택이 주요하다. 언론의 비아냥거림은 신경 끄고 스스로 가야할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 

다행인 부분은 걱정의 길로 들어선 듯한 한국 축구의 미래는 꽤나 밝아 보인다는 전망이다. 한국나이로 26살인 황희찬이 EPL 울버햄튼으로 이적해 순항을 보이고 있다. 바르셀로나 3인방에 비해 기대치가 낮았던 99년생 정우영도 SC프라이부르크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는 중이다. 축구 선수는 언제 어떻게 기량을 만개할지, 순식간에 부진의 늪에 빠질지 알 수 없다. 팬들은 한국 축구 선수가 지금의 손흥민 만큼의 영향력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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