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사가 이후 MCU의 행보는?

[전남매거진= 송이수 기자] 인피니티 사가(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1~3까지의 영화를 통틀어 이르는 별칭) 대장정이 끝난 후, MCU의 흥행은 주춤할 거라 예상했다. 어벤져스의 가장 큰 축이었던 세 멤버 중 2명,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퇴장은 앞으로 MCU영화가 관객을 불러 모으는 데 있어 큰 손실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MCU는 여전히 변함없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페이즈4의 시작을 알린 <블랙위도우>, 후발주자 <샹치 : 텐링즈의 전설>까지 나왔다 하면 족족 박스오피스를 흔들어댄다. 디즈니플러스를 론칭을 통한 드라마까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며 완고한 세계관을 형성했다. MCU는 어떻게 무너지지 않는 성을 쌓게 되었을까. 그리고 앞으로 MCU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마블 영화는 기본은 간다는 법칙이 있다. 어떤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었든(비단 그 캐릭터가 원작에서 인기가 없었다 할지라도) 손익분기점은 가뿐히 넘어선다. 관객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이쯤 되면 마블은 영화 사업에 있어서 실패하지 않는 법을 터득한 듯하다. 모든 공은 MCU의 총괄 책임자인 케빈 파이기의 완벽한 설계에 있다. 조급하지 않고 각 캐릭터의 단독영화를 통해 서사를 쌓아나갔고, 그들이 한 데 뭉치는 이벤트를 통해 각기 다른 인물들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10년의 기나긴 시간동안 차근차근 쌓아온 서사들이 하나로 뭉쳐 시너지효과를 발휘한 게 바로 인피니티 워-엔드게임이었다. 

MCU영화들의 흥행이유는 무엇일까. MCU영화들은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지 않는다. 히어로 장르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MCU영화를 보고 최악이었다, 재미없었다고 평가하는 관객은 드물다. 왜 그럴까? 마블 영화는 대체로 무난하게 재미있다는 평가가 다수인데, 그 이유는 전 세대가 이해할 수 있는 단조로운 서사를 따라간다는 데 있다. 여러 기법과 트릭을 사용하지 않고 이야기 구조를 비틀 거나 반전 요소를 첨가하지 않는다. 기본을 유지하면서 주인공 캐릭터에 서서히 애정을 갖도록 만든다. 깊이 생각하며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피로도가 높지 않다. 이는 진입장벽이 낮다는 말과도 같다. 

또 MCU영화들의 공통된 특징은 불편한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빌런이라고 불리는 악역들도 MCU영화에선 그리 복잡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인피니티 사가 역사상 가장 강한 빌런이었던 타노스도, 알고 보면 납득이 갈만한 사연이 있고 선악구조에서 악의 축으로 지나치게 치우쳐 있지는 않다. 관객들이 충분히 수긍할만한 동기를 제시한다. 이러한 MCU 빌런의 공식은 편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하지만, 강렬한 인상은 부족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시리즈>에서 조커가 보여준 광기와 압도적인 심리전을 MCU에선 볼 수 없었던 이유다. 

잠깐 크리스토퍼 놀란에 대해 얘기하자면, <배트맨시리즈>, <인셉션>, <인터스텔라>를 연달아 흥행시켰지만 최근 들어선 주춤한 모양새다. <덩케르크>, <테넷>은 평단에선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은 전작들에 비해 떨어졌다. 관객의 호불호도 강해졌다. 연출은 여전히 뛰어나지만 이야기구조가 복잡해 높은 이해도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혹평이 가득하다.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가 다수의 관객을 불러 모으는 것은 아니었다.

관객의 취향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좋은 작품을 원하고 누군가는 그저 웃기기만 하면 되고, 결말을 놓고 고민하게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민거리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관객 취향의 가장 큰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힐링’이라고 생각한다. 다수의 관객은 눈이 즐겁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영화를 원한다. 2년 전, <극한직업>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한국 역대 흥행 2위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상이 힘든 우리에겐 원초적 재미 욕구의 충족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MCU영화는 매번 우리의 욕구를 해결해준다. 

앞으로 MCU영화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인피니티 사가를 거치며 MCU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엄청난 몸값상승을 겪었다. MCU가 디즈니라는 거물기업에 속해있다 할지라도 제작비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붙잡고, 아름답게 퇴장시키는 것에 고민이 깊을 듯하다. MCU는 또한 ‘멀티버스’라는 세계관 확장까지 일으켰다. 갈수록 관객이 사전에 숙지해야 하는 내용이 늘어나고 있다. 마니아층이 형성된다는 것은 일반 관객의 진입장벽이 높아진다는 뜻에 가깝다. 이로 말미암아 MCU영화의 흥행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는 힘들어 질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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