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에세이

▲ 출처 : 성남FC 나무위키

[전남매거진= 송이수 기자]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K리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뜻 깊게 읽은 책이었다. <괜찮고 괜찮을 나의 K리그> 이 책은 K리그를 직관하며 느낀 경험, 생각에 초점을 맞춘 에세이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는 축구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흥미롭게 보았을 만한 프로그램이었다. 선덜랜드 지역 시민들이 자신의 구단을 종교와도 같은 맹목적인 사랑으로 응원하는 것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2부 리그, 3부 리그로 강등되면서도 그들에게 ‘선덜랜드’라는 구단은 포기할 수 없는 존재였다. 부진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구단을 외면하지 않고 직관하며 의견을 표출하는 팬들이라니. ‘팬이 없다면 축구는 단지 공놀이일 뿐’ 이라는 말이 깊이 와 닿는다.

‘죽어도 선덜랜드’가 한동안 축구에 대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는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쪽이 공허해졌다. K리그에도 이런 스토리가 있다면 좋을 텐데…. 지구 반대편 관중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까운 곳의 서사는 없을까. 서점의 책장을 뒤지다가 우연찮게 K리그판 ‘죽어도 선덜랜드’를 발견했다. 이름도 바꿔야겠다. ‘죽어도 성남FC!’

축구를 사랑하는 민족임에도 아이러니하게 K리그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국제무대의 발판이 되는 K리그 보단 화려함과 화제가 넘치는 해외축구, 이따금씩 민족성을 고취시키는 국가대표팀 경기에만 관심이 쏠린다. 때문에 여러모로 정보가 부족한 K리그의 팬이 되는 것은 높은 진입장벽을 마주하는 것과 같다. 책에서도 말한다. ‘K리그 팬은 꽤나 유별난 이미지다. 야구팬은 일반인이지만 K리그 팬은 덕후에 가깝다’고.

저자는 성남FC(이하 성남)의 골수팬으로서 웬만하면 홈경기 모두를 직관한다고 말했다. 개인 일정을 짤 때도 경기일을 가장 먼저 고려한다고 하니 뼛속깊이 성남의 덕후임이 분명하다. 성남은 현재 리그 10위로 파이널 라운드 B그룹에 속해있다. 최근 행보만 봤을 땐 강등과 하위권을 왔다 갔다 하는 비교적 약팀에 속한다. 

K리그 자체가 마이너의 축에 속하는 데 그곳에서도 하위권 팀이라니. 수많은 희로애락의 세월이 짐작된다. ‘왜? 왜 아무도 보지 않는 K리그를, 게다가 성남을 응원하는 거야?’라는 질문에 저자는 대답한다. “‘나를 왜 사랑해?’라는 애인의 질문에 ‘사랑하니까 사랑하지’라는 대답 이외에는 다 사족이겠지만, 기어이 사족을 달려는 노력을 통해 그것을 더 사랑하는 방법을 연습하고 배워갈 수 있으니까.” 팬에게 축구는 더 이상 공놀이가 아니라 애인이고, 삶이라는 방증이다. 

책은 성남을 직관하고 응원하며 생긴 일상의 경험들을 나열한다. K리그 전체의 역사를 짧게 서술하는 부분도 있어 K리그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다. 팬들의 이야기, 구단의 이야기, 시스템에 관한 비판과 조언도 다양하다. 국내 축구를 흥미롭게 보던 기존의 팬들,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새내기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스포츠에 100퍼센트란 없다. 끝내 가닿을 수 없는 100퍼센트를 향해 승리의 확률을, 퍼포먼스의 성공률을 높여 가는 것이야말로 팀과 선수의 숙명이자 존재방식이며, 그 안에 필연적으로 도사리고 있는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이야말로 팬들의 발길을 끄는 핵심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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