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사회적 가치, 순기능에 대하여

[전남매거진=송이수 기자] 

[게임 이력 :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자칭 ‘겜돌이’지만 지금껏 해본 게임의 수는 많지 않다. 관심은 누구보다 많아서 각종 게임 플랫폼에 수십 가지 게임을 찜해놓은 뒤 세일 기간에 몰아서 사고는 했다. 그렇게 모은 게임이 300~400개 가량 쌓였다.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 해본 게임은 많지 않다. 언제나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할 이유(바빠서·아파서·애인이 없어서)로 인해 미뤄놓은 상태다.]

▲출처 : 에픽게임즈 스토어

<프로스트펑크>는 1887년 빙하기가 찾아온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소수의 인간만이 살아남은 시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으로, 얼핏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를 떠올리게 한다. 암울한 세계관만큼이나 BGM, 그래픽과 삽화까지도 종말과 맞닿은 인류의 처절함을 잘 표현하여 몰입도가 상당히 높다. 

게임방식은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이다. ‘심시티’, ‘시티즈 스카이라인’, ‘문명 시리즈’ 와 유사할 줄 알았는데 직접 플레이 해본 바로는 ‘Plague Inc'와 가장 비슷했다.(직접 해본 게임 내에서만 유추하였음) 추위에 맞서 생존하는 것이 중심과제이며 플레이어는 그 생존자 집단의 리더가 된다. 열을 뿜어내는 발전기를 가운데 놓고 그 주위로 각종 건물을 지어 나간다. 사람들에게 지낼 곳을 마련해주고, 자원을 채취하고, 식량을 공급하고, 다른 생존자 집단을 찾아내기도 한다. 

▲출처 :bia review

간단해 보이지만 쉽지 않다. 생존을 책임지는 리더로서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해야 하고 다양한 법률 제정, 정치, 종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잘못된 선택은 시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혹은 반란이 일어나 추방될 수도 있다. 

리더의 선택에 따라 시민들은 행복도가 올라가거나 불만이 늘어난다. 당연히 행복도를 높이고 불만을 낮춰야 한다. 적절한 도시계획을 만드는 과정은 꽤나 어렵다. 자원 관리가 생각보다 쉽지 않고, 갑작스런 한파 등과 같은 돌발미션에 의해 공든 탑이 무너지기 일쑤다. 자칫 석탄관리에 부주의하게 되면 발전기가 꺼지고 추위에 잠식당하고 만다.

 

▲출처 : 에픽게임즈 스토어

처음 플레이했을 땐, 작중 상황에 감정이입이 되어 내 잘못된 선택으로 시민이 죽어나갈 때마다 죄책감에 휩싸였다. 단 한명의 희생자도 만들고 싶지 않아 노력을 거듭했지만 각종 위기상황을 맞이하며 실패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게임시스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됐을 때부턴 ‘사람관리’가 정말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열심히 노력해도 시민의 불만은 끝이 없고 행복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모두의 만족을 얻는 리더가 되기란 얼마나 힘든지, 게임을 통해 다시 한 번 느꼈다. 

<프로스트펑크>의 시스템은 현실의 복잡함과 비교하기엔 비교적 단순하다. 몇 가지 요소만을 가지고 집단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단순하더라도 ‘간접 체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경험이다. FPS나 AOS장르와 같이 상대를 무찌르거나 경쟁해서 이기는 경험이 아닌,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 비로소 게임의 순기능이 아닐까 싶다. 게임이 아니면 불가능한 체험일지도 모른다. 게임의 순기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게임이자, 교육적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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