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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서정가제'
  • 송이수 기자
  • 등록 2021-11-30 17: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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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정가제'란 무엇인가
  • 찬반 여론에 따른 '도서정가제'의 운명은?


[전남매거진=송이수 기자] '도서정가제'란 출판사가 붙인 도서의 가격을 전국 어디서나 동일하게 판매하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2014년에 10%할인, 5%적립을 허용하는 선에서 이른바 ‘부분 도서정가제’를 개정했다. 도서 할인을 완전히 없애는 ‘완전 도서정가제’와는 차이가 있다.

 

다른 상품과 달리 책에 이러한 규제가 붙게 된 이유는 책을 단순한 상품이 아닌 작가의 창작 저작물로서 문화적 가치를 갖는 문화 공공재라는 해석에 있었다. 그래서 단순히 소비나 시장 논리로 가격이 책정되어서는 안 되고 문화 공공재로서 적정한 가격에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이 적정한 가격에 팔려야 책 생태계의 선순환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별도의 규제가 없으면 서점은 판매 경쟁과 재고처리를 위해 도서 할인을 강행한다. 문제는 할인의 정도다. 도서정가제가 실행되기 전,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책은 무제한 할인이 가능했었다. 따라서 정가의 40~50%할인을 하는 서점들이 곧잘 보였다. 심하면 90%할인을 적용하기까지 했다. 시간과 시대의 흐름에 민감한 서적들은 후에 재고처리를 하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어, 할인을 통한 박리다매라도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판매자의 입장에선 할인을 통한 재고처리, 소비자 입장에선 책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좋을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여러 문제가 있다. 할인에 익숙해진 독자층은 정가 그대로를 주고 책을 구입하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이에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은 대부분의 책에 할인을 적용한다. 출판사들은 할인을 염두에 두고 책값을 인상시킨다. 결과적으로 책값에 거품이 생기고 정가는 높아진다.

 


그 외 출판업계와 소규모 서점, 동네책방들은 더욱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대규모 출판사가 규모를 앞세워 파격적인 할인을 행사하면 소규모 출판사는 자연스레 경쟁에 밀려 도산위기에 처하게 된다. 온라인서점·대형서점보다 더 높은 급액에 책을 공급받는 소규모 서점과 동네책방들은 할인 판매를 할 여력이 없다. 소규모 출판사의 몰락은 책 출간의 다양성을 해치게 된다. 또한 사람들이 많이 구입한 책을 가리는 베스트셀러는 좋은 책이 아닌, 할인율이 높은 책이 선정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도서정가제 개정은 서점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2014년 개정 이후 전국 서점의 지속적인 감소폭이 크게 완화되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지역서점 수는 꾸준히 줄었지만 소규모 동네책방이 대폭 늘어났고 이는 직·간접적으로나마 독서문화의 다양화를 일으켰다. 북스테이, 북콘서트 등 작은 행사들이 동네서점을 통해 이뤄지며 일반 독자들이 책을 풍성한 문화로서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베스트셀러의 순환도 자연스러워졌다. 무분별한 가격 경쟁이 없어지고 콘텐츠 경쟁이 가속화되며 다양하고 좋은 책이 많이 나온 결과였다.

 


그러나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인해 책값이 비싸져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부정적인 영향도 있었다. 인터넷의 보급과 스마트폰의 발달은 자연스럽게 주류를 텍스트매체에서 영상매체로 이동시켰다. 그로인해 독서율은 나날이 낮아지고 있다. 도서정가제 폐지론자들은 책값상승이 이러한 독서율의 감소세를 가속화했다고 말한다. 독서를 시도하려는 인구에 진입장벽을 세운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견이다. 애초에 도서정가제를 시행해 소비자의 부담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출판 유통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는 의견도 있다. 동네서점 보호를 위해선 출판사가 서점에 공급하는 가격인 공급률 규제가 더 필요했다는 것이다. 도서정가제 폐지에 대한 20만 명의 국민청원은 이러한 여론의 표현이었다. 도서정가제로 책값이 비싸지며 검증된 작가의 책만 구입하려는 경향이 나타나 신인작가들의 설자리 또한 좁아졌다는 불만도 있다.

 

동네서점들은 대부분 도서정가제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가제 붕괴의 일차적 타격은 소규모 동네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동네서점은 비싼 책값은 물가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책값은 다른 상품에 비해 상승률이 훨씬 낮다고 목소리를 냈다. 책값 문제에 대한 불만 여론을 중재하기 위해선 판매량이 가장 높은 참고서와 실용서 가격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현했다. 

 

도서정가제가 필요한가에 관한 찬반 여론이 이토록 뜨겁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 독자를 위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이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쉽게 접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독서인구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규제를 통해 독서가 문화의 주류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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