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거진=송이수 기자] 마블이 다시 한 번 일을 저질렀다. 최근 행보가 그리 좋지 못했기에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은 마블의 전환점이 될 작품이었다. 뚜껑부터 열어보면 대성공이다. 로튼토마토(미국의 영화 평론, 리뷰 집계 사이트)에서 보기 드문 높은 점수가 집계될 만큼 호불호도 적다. 이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가장 중심에 놓인 캐릭터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가 아닌 바로 '스파이더맨'이다.

엔드게임 이후 '블랙위도우', '샹치 : 텐링즈의 전설', '이터널스'를 연이어 공개한 마블은 비판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세계관 확장과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시행착오가 있었다. 마블은 마블인지라 평작에는 다가섰다. 하지만 마블 영화가 아니었다면 평작에 끼기도 힘들어 보이는 작품이 다수였다. 새롭게 미래를 이끌어갈 캐릭터들은 매력이 없고 기존 MCU의 캐릭터를 대체하기엔 버거워보인다. 물론 시기상조일지도 모른다. 토르, 캡틴 아메리카도 데뷔작은 지극히 평범했다.

문제는 마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기대치가 하늘을 찌른다는 점이다. 엔드게임은 완벽한 피날레였다. 도리어 이것이 마블의 약점이 됐다. 언제나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켜야만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았다. 샹치는 무작정 스케일을 키우는 데 치중해 세계관과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을 자아냈다. 이터널스는 새로운 연출 스타일을 앞세웠으나 슈퍼히어로 무비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MCU 퇴장을 선언한 블랙위도우는 후계자 남기기에 급급했을 뿐 인상적이지 않았다.

새로운 캐릭터와 세계관이 관객에게 먹히지 않았으니, 결국 구세주는 스파이더맨이었다. 그간 마블을 이끌었던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의 빈자리를 채우기에 적격인 인물이다. 아이언맨 이전 마블영화의 대표 주자였기에 인지도는 말할 것도 없다. 영화만 잘 나오면 마블의 하락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것이었다.

이번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선 기존 아이언맨, 닉퓨리에 이은 자리를 닥터 스트레인지가 메꿨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지금껏 다른 인물들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나이가 어린 히어로인 만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이제는 다르다. 기존 리더들이 하나둘씩 퇴장하는 상황에서 스파이더맨은 구심점이 되어야할 존재, 스스로 리더가 되어야 할 짐을 지게 되었다. 

그 짐이 꽤나 무거워 보이지만, 이번 영화를 보고나면 걱정은 말끔히 사라진다. ‘마블’이 ‘마블’했다고 할 만큼 완성도가 대단하다. 스파이더맨의 조력자들을 보고 있으면 지금껏 MCU가 팀업 무비를 만들며 쌓아온 내공을 실감하게 된다. 팬서비스는 극에 달한다. 스파이더맨의 열성팬이라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 차례 눈물을 쏟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노 웨이 홈은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 3부작의 끝이자 새로 계약한 추가 3부작의 시작을 알리는 데 완벽한 중간다리 역할을 해냈다.

톰 홀랜드는 감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뒤를 잇는 차세대 스타가 되었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끝나고 나면 MCU는 다시 한 번 위기가, 빈자리에 대한 향수가 시작될 것이 예상된다. 그 위기를 분산하고자 MCU는 마구잡이로 세계관을 넓히고 있다. 짐작컨대 <어벤져스 : 엔드게임>과 같이 세계관 속 모든 인물이 등장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목표가 서로 부합되는 인물들이 모여 각기 다른 무대에서 협동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 중심은 지구이고, 스파이더맨은 그 무대의 중앙에 놓이게 된다. 노 웨이 홈을 통해 완벽하게 성장한 스파이더맨은 그럴 자격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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