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거진=송이수 기자]

* 동네책방만의 특별한 분위기

동네책방은 대형서점에선 느낄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 ‘판매’를 목적으로 베스트셀러를 순위별로 비치한 진열대와 각종 상품들로 눈길을 사로잡는 서점과는 다르게, 동네책방은 책방 주인이 직접 정한 카테고리별로 분류된 책들과 지역 특색을 나타내는 엽서와 장식품, 따뜻한 손글씨가 있기 때문이다. 

손글씨로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놓은 메모를 통해 칸 속의 책들이 어떤 분류로 놓였는지 알 수 있다. 

배치부터 남다르다. 전형적인 형태의 분류를 벗어난다. 경제, 사회, 정치, 일반 등의 분류가 아니다. 특정 사건을 연결고리로 묶은 책, 특정 분위기를 자아내는 책, 특정 트렌드를 반영한 책들을 한 곳에 모아놓는다. 내가 원하던 카테고리가 아니어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멈춰 서서 칸마다 붙은 메모를 읽어보고 그 속에 무슨 책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왜 그 책들이 선정됐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한때 서점은 가만히 앉아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할 수도, 평소에 갖고 있던 고민을 주인의 글귀를 바라보며 해소할 수도 있는 공간이었다. 서점이 매출에 열을 올리게 되며 이제 그런 서점은 사라지고 문제집만 가득한 삭막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동네책방은 얼마 남지 않은 유산이다.

* 동네책방의 현실

몇 년 전 ‘도서정가제’가 시행됨에 따라 동네책방들이 숨통을 트일 수 있게 됐다. 대형서점·온라인서점과의 경쟁에서 매몰차게 밀려났던 현실에서 조금은 안심할 수 있는 수준. 그러나 지금 상황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여전히 경쟁은 어렵고 도서정가제 시행에 대한 비판 여론까지 등장했다. 

책 할인율이 낮아 오히려 책을 구매하기 망설여진다는 여론이 나타났다.

동네책방도 하나의 사업체이기에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전망은 암울하다. 우리나라 독서 인구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고 웬만하면 오르지 않는다. 사실상 읽는 사람만 읽는 마니아산업이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에 토익교재, 참고서들이 즐비한 것만 봐도 그렇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는데, 먹고 살기가 바빠 마음을 챙길 도리가 없다. 지갑사정을 챙기느라 점점 비싸지는 책값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 문제 하나라도 더 풀어야지 쓸데없는 소설 따위를 읽을 시간이 없다. 갖가지 이유로 책은 외면당한다. 독서는 삶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책을 좋아하고 자주 구입하는 독자층도 동네책방은 로망이 있는 공간일 뿐, 소비처가 되기는 부담스럽다. 정가의 10%를 할인해주고, 주말마다 할인쿠폰도 주고, 많이 사면 등급도 올라가 서 더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서점의 유혹을 뿌리치고, 정가에 마일리지도 쌓이지 않는 동네책방을 선택하기란 두둑한 통장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지간하면 힘들다.

‘동네책방도 할인하고 마일리지 적립하면 되지 않나?’ 그러면 매출은 거의 남지 않는다. 책을 대량으로 주문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규모서점은 대형서점에 비해 공급가가 높게 책정된다. 거기다 할인까지 하면 남는 게 없다.

‘현실 불평은 그만하시오. 동네책방도 변해야 합니다!’ 맞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 발길을 멈추게 할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주인장이 직접 독서모임을 꾸려서 사람들을 모은다. 같이 토론하고 이야기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한다. 하나의 현상을 두고 각자가 생각을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토론문화가 익숙지 않은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리는 노력을 동네책방이 나서서 하고 있다.

문화행사도 한다. 작가를 섭외해 담화를 나누는 ‘저자와의 만남’이 있다. 토론모임을 넘어서 책을 직접 쓴 작가와 이야기하는 것은 더욱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지역공동체와 협업해 지역 특색을 살린 굿즈를 만들기도 한다. 엽서나 그림, 캘리그래피가 적힌 편지봉투 같은, 감성을 자극하는 상품들이다. 이따금씩 음악회도 벌인다. 책이 감싸는 공간에서 기타 선율을 듣는 포근한 경험도 가능하다. 

동네책방은 로맨스가 있다. 영화 <비포 선셋>에서 제시는 10년 전 헤어진 연인, 셀린을 동네책방의 ‘저자와의 만남’에서 재회한다. <노팅힐>에선 윌리엄이 동네서점에서 애나를 만나 특별한 사랑을 한다. 영화 속 로맨스가 나에게도 찾아올까 기대하며 오늘도 동네책방에 들렀다가 완전히 허탕치고 만다. ‘그래도, 언젠가는?’ 또 헛된 기대를 하며 발걸음을 옮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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