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거진=송이수 기자] 

게임 찍먹 시간이 돌아왔다. FPS시리즈를 좋아하기에 배틀필드2042의 출시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미완성에 가깝다는 혹평세례를 받는 걸 보며 구매를 망설이게 됐다. 아직은 구매할 때가 아니구나. 세일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계시인 것 같아 차선책을 택했다. 오리진 라이브러리에 고이 담겨있던 전작이다.

- 너마저 사이버펑크의 노선을 타는 게냐

사놓고도 잘 안했던 이유(솔직히 레식에 빠져있었다)는 핵이 많다던가, 언에듀케이티드 사건(고증 비판을 하는 유저들에게 SNS로 못 배워먹은(uneducated) 사람들이라 받아쳐서 논란이 됨)이라던가...등등의 핑계를 댈 수 있다. 그래서 잠시 미뤄뒀지만, 유튜브에 등장하는 고인물들의 영상은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나도 고수가 될 수 있다는 일념으로 손을 대기에 이르렀다. 

▲방치한 다는 느낌의 핵 문제

무수한 소문을 먼저 확인해보자. 배필(배틀필드 시리즈)은 핵 때문에 못한다? 맞다. 핵이 엄청 많았다. 운영자가 아예 없는 건지, 완전히 방치해놓은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거의 매 판마다 핵을 볼 수 있었는데 2차 세계대전의 용사들이 축지법을 쓰고 다닌다. 총알이 막힌 벽을 뚫고 날아온다. 아무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도 찾아낸다. 이게 2차 세계대전인지, 초능력자들이 판치는 미래대전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최대 문제는 이놈의 핵쟁이들이 도대체 어떻게 날 죽이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배틀그라운드나 레인보우식스처럼 유저가 죽었을 때 어떻게 죽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데스캠이 배필엔 없다. 설명하기 힘든 이유로 죽었을 때, 상대가 핵인지 고인물인지 판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신고를 하기도 망설여진다. 핵 유저가 전장을 휩쓸고 나면 살려달라 소리치는 죽기 직전의 병사들만 남을 뿐이다

핵을 방치한다는 의심은 꽤나 합리적이다. 왜냐면 축지법을 쓰는 유저들의 레벨을 확인해보면 뉴비가 아닌 경우가 많다. 여태껏 선량하게 플레이해온 유저가 갑자기 무법자로 돌변했다고 하기는 너무 비합리적이다. 운영과정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았거나, 유저들이 신고를 포기했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미쳐버린 고인물 무빙

그럼 이 게임을 왜 해야 하냐고? 놀랍게도 재미있다. 우리는 잘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지만 잘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날아드는 포탄과 미친듯한 총성은 도전의식을 일깨운다.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예측해 조준사격 할 때의 긴장감과 마침내 총알이 적중했을 때의 쾌감은 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던가.

FPS를 다양하게 즐겨보지 않은 사람은 모든 FPS가 결국 ‘총게임’ 한 단어로 귀결된다. 그러나 각각의 게임들은 각각 다른 게임성을 보유하고 있기에 기꺼이 구입해 플레이해볼 가치가 있다. 배틀필드의 장점은 광활한 맵과 대규모 유저간의 전투, 갖가지 탈것과 총기류의 집합이다.(고증은 아쉽지만)

▲남은 부활 수가 바닥나면 게임에서 패배한다

배틀필드의 멀티플레이는 배틀로얄 장르를 표방한 파이어스톰 모드도 있지만 통상 전략, 전술 매칭으로 좁혀진다. 이기는 방식에서 다른 게임들과 차이점이 있는데, 우리팀이 상대팀보다 덜 죽어야 이긴다. 킬을 많이해야 이기는 게 아니라 데스를 하지 않아야 이기는 방식인 셈.(결국 그게 그거다) 양 팀에 배분된 목숨 수가 있고 그게 줄어들어 0이 되면 패배하게 된다. 

▲놀랍게도 의무병이다

그래서 굉장히 중요한 포지션이 의무병이다. 상대보다 덜 죽어야 하기에 우리팀을 살리는 역할의 비중이 크다. 때문에 의무병이 아군을 살려냈을 때 받는 점수도 높다. 하기 싫은 역할을 나서서 하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총쏘는 놈은 따로있고, 운전은 내가하냐?" 라고 불평할 유저를 위해 운전자를 위한 포상제도가 갖춰져 있다. 

계속 할만한 게임인가? 음...그건 모르겠다. 고인물이 되는 게 목표라면 충분히 해볼만한 게임이다. 축지법을 쓰는 땅개들을 극복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이미 후속작이 나온 만큼 전작에 대한 관리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철새들이 다 지나가고 나면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있을 테다. 그래서 적당히 하고 접으려고 했는데... 이게 자꾸 생각나네

▲킬 성공 시 나오는 이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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